인권재단사람

모바일메뉴바 후원하기
지원활동 지원활동 생생후기
  • [반차별데이데이] 법무부 난민면접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준비하면서
    • 작성일
    • 2019.07.22
  • 법무부 난민면접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준비하면서
    2019 세계난민의날 행사 후기

    글 | 나무(난민인권센터 활동가)


    박해 경험으로 인한 공포감, 심사와 체류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 등으로 인해, 모욕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난민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난민지원활동가에게나 결정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동안 어쩌면 우리는 난민에 대한 ‘보호’의 원칙을 우선하고, 언론이나 사회에 노출되는 일을 지양해야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출입국의 당국의 눈치를 보며, 현실가능한 기회들을 조심스럽게 타진해야만 했습니다.

    4월의 어느날 면접조서 조작사건의 피해자였던 난민 한 분의 이야기를 가지고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더 이상 (이곳에서)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문제제기를 하는 행위가 나 자신에게 가져올 불이익이 무엇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이미 출입국의 동향조사와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왔기에 그들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대로 이렇게 숨죽이며 비인간적인 대우를 감내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끝이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습니다.
     
    작년의 단식농성 이후로도 난민들의 몸부림은 계속되었습니다. 몇 달전에는 법무부 앞에서 돗자리 농성이 있었고, 지난주에는 MBC 방송국 앞에서 한 분이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사실 이러한 모습들을 초조히 지켜보면서, 저희는 이분들의 결정과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조력해야 할지 활동가로서의 윤리를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올 해 세계난민의 날은, 예맨 난민 이슈가 불거진 이후, 난민혐오 여론들이 이어진 지 1년여가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가장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슈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한 시민 분이 메일로 주셨던 의견 하나가 머리 속에 맴돌았습니다. ‘심사과정에서 면접조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건은 누가 들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이것을 중요한 이슈로 삼아 시민들에게 알리면 좋지 않겠나.’ 고민 끝에 ‘가짜 난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법무부'라는 메세지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증언대회의 형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뭔가 두렵고 자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필요한 일인데, 이 일을 치르기에 경험이 없고, 이 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여러가지 숙제들을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못했습니다. 저는 밤마다 생각이 바뀌던 어느 날, 영상제작 회의 때 말씀하셨던 분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길고 긴 고독한 싸움을 이어오시면서 당부하셨던 말. 저는 그날 밤 ‘어떻게든 이분을 위해서라도 이것을 해야 한다, 부족함으로 인한 결과는 두 번째 문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증언대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참여자를 모집하던 중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증언을 하시겠다는 의사를 밝히였습니다. 물론 심사 중에 있는 분들 중에는 발표하고 싶지만 이 일로 발생할 불이익이 걱정되어 포기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여러 차례의 고민과 회의 끝에, 어떤 식으로든 난민참여자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발생할 후과를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면서 목소리를 내기를 윈하는 분들이 의사를 밝히신다면, 지지하고 이후 벌어지게 될 상황까지도 함께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증언에 나서겠다고 결심하셨고, 각각의 증언자들을 만나 발표문을 다듬으며 통역인과 사전연습을 하고, 언론노출 문제에 대해 상의하였습니다.


    행사 당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자리를 가득 매운 시민과 취재진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환희와 어떨떨함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였던 그 분의 의지와 용기 덕분에, 또 불안감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나서주신 증언자분들 덕분에 수많은 피해자들을 남긴 면접조작 사건이 묻히지 않고 널리 알려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용기를 낸 분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하시게 되지는 않을런지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그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활동가들도 그러한데, 이 과정에 참여하신 증언자 분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셨을지 저희로서는 다 알지는 못할 것입니다. 증언대회가 끝나고 마침 심사중이었던 증언자분의 면접이 바로 잡혔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분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고, 심사 과정을 조력하였고 결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새로운 시작이지만 여전히 어렵고 불안합니다. 그러나 함께 했던 경험 속에서 우리가 이제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하는지 조금은 더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난민면접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자료집 https://nancen.org/1948 
    법무부 난민면접 조작사건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하며, 난민인권센터의 입장문 https://nancen.org/1946 


    <반차별데이데이>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인권의 날을 더 많이 알리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