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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차별데이데이] 불법인 사람은 없다
    • 작성일
    • 2019.01.18
  • 불법인 사람은 없다
    -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날 기자회견


    글 | 이율도(이주노동자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매년 이주노동자노동조합과 제이주단체는 세계이주노동자의 날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이주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자리로, 그 해에 죽어간 이주노동자를 기리는 추모의 자리로 이 날을 보내곤 합니다. 올해도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로, 부당해고로, 불법파견으로, 각종 혐오와 차별로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가 많았지만,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추모하기보다는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세상을 향해 외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주노동자가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권리 선언문을 쓰고, 읽었습니다.



    올해 이주노동자 사건 브리핑을 통해 사업장 이동의 제한문제,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 문제, 최저임금 차별문제, 인종차별 문제, 살인 단속 문제, 난민문제 등을 짚었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억압하는 풍토를 고발하고 규탄했습니다. 현장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이주노동 당사자의 입을 통해서 직접 전했습니다. 순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다는 A씨는 임금에서 월 100만 원 정도를 숙식비 등의 명목으로 공제당한다고 전해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또한 난민이면서 노동자이기도 한 난민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난민자격의 노동자들은 취업과정에서 브로커를 통한 알선이 있을 수밖에 없고 법적으로 더욱 보호를 받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와 같이 차별적으로 규정하는 부분을 지적하며 올해의 슬로건을 '불법인 사람은 없다'로 내걸었습니다. 



    이 날 권리선언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쉬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흔쾌히 휴일을 활용해 모였습니다. 비록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지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하나하나 알아듣지 못했지만, 자유와 평등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에 공감하여 모였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주노동자가 모여 이주노동자에게도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다시 확인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며 새해에도 거침없이 투쟁하자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2018 세계이주노동자의날 맞이 이주노동자 권리선언문

    이주노동자는 경제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이다.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 받아 마땅하다. 이주노동자는 다른 나라에서 온 노동‘력’이 아니라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한 권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 한국사회는 소위 이주노동자를 ‘외노자’ 또는 ‘불체자’라는 말로 법적 잣대로만  가두고 나누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나와 최저임금을 받으며 밤잠 못자는 아르바이트생도 이주노동자다. 외국어 실력도 키우고 돈도 벌기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청년도 이주노동자다.
    헬조선을 탈조선하고 이국에서의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민자도 이주노동자다.

    이주노동자는 정주노동자의 밥그릇을 빼앗는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이주노동자는 정주노동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열악한 사업장에서 낮은 임금과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착취를 감수하며 묵묵히 일하고 있을 따름이며, 일손이 없고 고령화된 우리 농·축산·어업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우리네 밥상의 이야기이며,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다.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자에게서 행복한 밥상이 차려질 수 있으며, 안전하고 견고한 재화와 서비스가 만들어 질 수 있다. 반대로 이주노동자가 권리를 빼앗겨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정주노동자에게도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된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분열은 정부와 고용주에 맞서 싸울 힘을 약화시킬 뿐이다. 

    그러나 한국사회 이주민이 230만 명이 넘고 그 가운데 이주노동자 숫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아직도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권리는 밑바닥 수준이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가로막고 있고 체류기간을 제한하여 장기체류를 막는다. 농축산어업에서는 근로기준법 63조로 인해 휴게, 휴일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사업주의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숙식비를 강제로 징수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최근에는 심지어 최저임금마저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스티로폼 가건물 등 열악한 주거시설은 여전한 상황이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같은 인간이고 같은 노동자이며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에 우리 이주노동자와 제 이주운동단체는 이주노동자가 이 사회의 살아있는 사회적 존재로서, 행복하고 정당한 권리를 성취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이주노동자는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체류자격에 구별없이 평등한 인권을 갖는다. 
    국적, 인종, 종교, 성별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며 자연적으로 부여받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또한 체류자격은 체류 상태에 따른 행정적 구분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둘. 이주노동자는 취업국의 국민과 동등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권을 갖는다. 
    모든 사람은 생명 유지, 건강상의 피해로부터 진료를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으며, 취업 상태와 상관없이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셋. 이주노동자는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권을 갖는다.
    직장을 선택할 권리, 직장을 이동할 권리는 기본적인 노동권리로,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위한 정당한 권리로써 이주노동자의 이동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넷. 이주노동자는 안전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주거권을 갖는다.
    주거권은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에 적합한 주거조건과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국가와 사회는 주거약자의 최저주거기준을 보장할 의무를 지닌다.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 동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고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섯. 이주노동자는 가족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초청할 권리를 갖는다.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이며,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가족을 만나는 권리는 가장 보편적인 권리이므로 이주노동자의 가족을 자유롭게 초청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섯. 이주노동자는 취업자격 및 체류자격을 수호할 권리를 갖는다.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취업자격 및 체류자격을 개선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방어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취업국의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일곱. 이주노동자는 임금과 근무조건에 있어 정당한 권리를 갖는다.
    임금은 노동자에게 있어서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공정한 근무조건에서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있어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차별적 구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여덟. 이주노동자는 불리한 노동조건을 타개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노동자는 누구나 노조 할 권리를 가진다. 이주노동자도 주체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거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다. 법적인 제약, 취업의 상태와 상관없이 노동자로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18년 12월 16일
    이주공동행동, 대경이주연대회의, 부울경공대위, 민주노총, 이주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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