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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차별데이데이] HIV/AIDS 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HIGH FIVE 하이파이브!
    • 작성일
    • 2019.01.18
  • HIV/AIDS 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HIGH FIVE 하이파이브!
    - 2018 세계에이즈의날/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 후기

    글 | 권순부(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


    매해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 /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입니다. 한국에서의 에이즈역사가 30년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HIV 감염인 주변에는 차별과 배제의 언행, 편견과 낙인의 시선이 너무나도 많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HIV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고 혐오 때문에 아픕니다.  인권에 대해 기본적인 관점과 시각이 결여된 상태로 에이즈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언론과  정치인들은 없어져야 합니다.

    올해 에이즈인권주간의 슬로건은 ‘HIGH FIVE(하이파이브)’입니다. 손을 높이 올려 마주치는 이 스킨십은 서로의 안녕을 묻고 격려하며 지지하는 행동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HIV 감염인들과 비감염인들의, HIV 감염여부에 관계없는 진실된 만남과 소통을 간절히 바라며, 그리고 서로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의 구호를 되새깁니다.  
    HIV/AIDS 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감염인 인권이 보장되어야 진정한 에이즈 예방의 지름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의 손문수 대표는 "변하지 않은 사회의 인식과 에이즈 혐오"를 비판했습니다. 오늘날 HIV 감염은 과학적 지식에 기반해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치료약을 충실히 복용하면 비감염인과 평균수명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만성질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HIV/AIDS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눈부신 의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감염인의 인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보입니다. AIDS라는 질병에 대한 편견과 감염인에게 부과되는 낙인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데는 그러한 혐오와 공포를 악용하는 '혐오의 정치' 탓도 큽니다. 특히 올 한 해를 관통했던 '가짜뉴스'의 칼날이 사회에서 가장 주변화된 소수자들을 향하였다는 점은 되새겨볼 지점이 있습니다. 2018년 12월 1일, 세종로공원에 모인 우리가 "HIV/AIDS 혐오를 멈춰라"라고 단호히 외친 이유입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 김정빈 씨는 발언을 통해 "가짜뉴스, 혐오정치, 차별선동"을 규탄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론장은 모두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하며, 충분하고 옳은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전파는 공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게끔 유도합니다. 가짜뉴스가 생명권이 연결되어있는 문제에 혐오를 씌워 사회적 소수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소 과격하지만, 사실 그렇습니다. 혐오세력은 차별금지법과 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하며 HIV/AIDS 감염인과 성소수자를 겨냥해 수없이 가짜뉴스를 뿌립니다. “성소수자들의 문란한 성행위 때문에 HIV/AIDS가 확산되고,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치료비용을 부담한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대표적인 가짜뉴스입니다. 이 한 문장에서 그들이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을 어떻게 혐오하는지 명확히 드러납니다. 성소수자들은 “성행위에 중독된 문란한 성중독자들”. HIV/AIDS 감염인은 “문란한 성행위를 통해 벌 받은 사람들”이라 낙인찍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정치가 혐오를 뿌리로 삼아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가짜 뉴스는 혐오를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트리고, 정치인은 이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혐오세력에게 잘 보이려고, 표를 구걸하기 위해, 그들의 눈치를 보고, 혐오를 조장하고, 부역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고통과 죽음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희생되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입니다. 여러분, 저항합시다. 우리의 존엄과, 스스로의 생존권을 위해서 싸워 나갑시다.


    에이즈환자 건강권보장과 국립요양병원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김대희 활동가는 "감염인 의료차별 실태"에 대하여 생생하게 말해주었습니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HIV 감염인의 치료‧시술‧입원을 거부하는 등 의료차별이 여전히 심각합니다. 에이즈환자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하여 가장 치료가 필요한 사람일텐데, 오히려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하는 이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의 문제점”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제19조(전파매개행위의 금지) "감염인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함)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든 법에 담긴 19조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 법은 현실에서 예방조치(콘돔 착용) 없이 성관계를 한 HIV 감염인을 처벌하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조항이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파매개행위금지 조항으로 처벌받지 않으려면 자신의 감염사실을 몰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조기검진을 저해하고, 결국 역설적으로 HIV가 공포와 편견을 타고 더욱 쉽게 전파되도록 만듭니다. 

    HIV감염인이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면 6개월 이내에 HIV가 미검출 수준으로 떨어지고 그 상태가 유지된다.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HIV 감염인과의 성접촉을 통해서 HIV감염될 확률은 0%다.


    이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U=U (Undetectable=Untransmittable; (바이러스)미검출=전파되지 않음) 캠페인의 핵심 주장입니다.  이러한 과학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우리사회의 인식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도 변화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HIV 감염인과 비감염인 모두 감염여부에 관계없이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U=U 시대, HIV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성병예방, 피임 등 비감염인과 정확히 같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이룬 평등이 사회적인 평등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개인 간 합의로 이루어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국가의 통제적 관점과 HIV 감염인이 부도덕하다는, 그야말로 비윤리적인 혐오에 기대어 이 조항이 지속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발언을 통해 "국립재활원 사태와 감염인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에 대하여, 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장애인독립생활운동은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문제이게 만드는 '사회에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장애는 개인이나 가족이 책임져야 되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삶, 그리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권리'임을 분명히 합니다. 정상과 비정상을 끊임없이 나누고 자신의 몸에 대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혐오세력들이 만든 세상에서 과연 어느 누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마도 혐오 세력들 또한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서 언제 배제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욱 ‘나와 다른 존재’ 만들고 배척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만든 세상, 정상성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각자의 비정상성을 더 드러내고, 서로의 연대를 통해 의존하는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할 것임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이 시대와 더욱 불화하며 불구의 정치를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하여 서로 의존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을 다짐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12월 1일, HIV/AIDS 혐오/차별선동 규탄집회 “HIV/AIDS 혐오를 멈춰라!”에 모인 여러분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더욱 힘내면 좋겠습니다. 우리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감염인이 경험하는 차별에 주목하고, 소수자의 목소리로 인권의 담론을 확장하며, 에이즈에 덧씌워진 낙인과 혐오를 지우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반차별데이데이>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인권재단사람의 지원사업입니다. 인권의 날을 더 많이 알리려면? 365기금에 후원해주세요.